"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원자력 안전" 2. 원자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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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네요. 원래 한 번에 다루려다가 두 번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내용이 쉽지는 않지만, 첨부된 슬라이드와 함께 두 번만 정독하시면 내용을 이해하시리라 믿어요^^)

핵반응(핵분열, 핵융합)을 제어가능한 상태로 안정적으로 일으키는 장치를 '원자로'(Nuclear Reactor 또는 Reactor)라 하고,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원자력발전소’(Nuclear Power Plant; NPP)라 합니다. 그런데 핵융합은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으므로, 일반적으로 ‘원자로’나 ‘원자력발전소’라는 용어는 핵분열과 관련된 좁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핵분열 반응은 핵연료(Nuclear Fuel)에서 일어납니다]

1편에서 설명했듯이 ‘핵분열(Nuclear Fission)’은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한 후 불안정해져서 가벼운 원자핵들로 분열하면서, 질량이 줄어들고 에너지가 생성되는 핵반응입니다. 중성자와 반응하여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통칭하여 ‘핵연료’(Nuclear Fuel) 물질이라 하는데, 우라늄(원자번호 92), 플루토늄(원자번호 94), 토륨(원자번호 90)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중성자의 운동에너지와 관계없이 쉽게 핵분열을 일으키는 핵종을 ‘핵분열성’(Fissile) 물질(핵종)이라 하고, 우라늄(U)-235, 우라늄(U)-233, 플루토늄(Pu)-239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라늄-235만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우라늄-233과 플루토늄-239는 각각 토륨(Th)-232와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하여 만들어지는 인공 핵종들입니다. 여기서 토륨-232와 우라늄-238은 핵분열성 물질(U-233과 Pu-239)의 원료가 되므로 ‘핵원료성’(Fertile) 물질이라 합니다. 이들은 운동에너지가 매우 높은(매우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중성자와 반응하면 직접 핵분열이 일어나기도 하므로 ‘핵분열가능’(Fissionable) 물질이기도 하지요.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분열성 물질: 모든 에너지의 중성자와 핵분열 가능 (U-235, U-233, Pu-239, …)

- 핵분열가능 물질: 높은 에너지의 중성자와만 핵분열 가능 (U-238, Th-232, …)

- 핵원료성 물질: 중성자를 흡수하여 핵분열성 물질로 변환 (U-238, Th-232, …)


핵연료 물질들은 원자번호가 모두 짝수(토륨은 90, 우라늄은 92, 플루토늄은 94)이고, 그 중에서 핵분열성 물질은 질량수가 홀수, 핵원료성(또는 핵분열가능) 물질은 질량수가 짝수임을 기억하면 편리할 거예요. 자연계에 존재하는 토륨은 거의 대부분 Th-232입니다. 우라늄의 경우에는 U-238이 99.27%, U-235가 0.72%, U-234가 극미량 존재합니다. 플루토늄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원소입니다.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핵분열성 핵종은 U-235뿐이고, 그것도 천연우라늄(Natural Uranium) 중에 단지 0.72%만 차지하고 있음을 기억해 두세요!!!

[원자력이 쓸모 있는 것은 연쇄반응(Chain Reaction)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라늄-235에서의 핵분열 반응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U-235 + n(중성자) → 불안정한 상태의 U-236 → 핵분열 조각 X + 핵분열 조각 Y + 2~3개의 중성자 + 에너지(약 200 MeV)

플루토늄-239의 핵분열도 유사한 식으로 표현됩니다. 여기서 MeV(메가전자볼트; Mega Electron Volt)는 100만 전자볼트(eV; Electron Volt)에 해당하는 작은 양의 에너지입니다. 기본 에너지 단위인 1 주울(J)은 6.24 곱하기 10의18제곱 eV 또는 6.24조 MeV와 같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1 와트(W)는 1초당 약 310억번의 핵분열이 일어나는 경우에 해당하네요. 너무 큰 숫자들이라 헛갈리신다면, 그냥 한번의 핵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매우 작지만, 원자로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으로만 알아 두시지요.

이러한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핵분열 반응이 실용성을 갖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핵분열당 약 200 MeV의 이용 가능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 핵분열당 평균 2~3개의 중성자(‘핵분열중성자’)를 방출하여 그 중에서 1개 이상이 또 다른 핵분열을 일으키는 ‘연쇄반응’(Chain Reaction)을 이룰 수 있다. 여기서 중성자 손실을 최소화하여 순간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원자폭탄이며, 연쇄반응을 가까스로 유지하여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원자로입니다.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핵분열중성자’(Fission Neutron)들은 평균 운동에너지가 약 2 MeV로서, 초속 2만 킬로미터(km) 정도로 매우 빠르게 움직입니다. 상온인 섭씨 20도에서 열평형을 이루는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는 0.0253 전자볼트(eV)로서, 초속 2,200 미터 정도로 여전히 빠르게 움직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성자의 운동에너지가 0.1 MeV 이상이면 ‘고속중성자’(Fast Neutron), 1 eV 이하이면 ‘열중성자’(Thermal Neutron)라 하지요. U-235, Pu-239, U-233 등 핵분열성 핵종들은 낮은 운동에너지의 열중성자들과 만날 때 핵분열 반응을 더 잘 일으킵니다. 원자핵이 중성자와 반응할 확률을 나타내는 척도로 ‘단면적’이라는 개념이 사용되는데, 단면적이 크다는 것은 해당 반응이 잘 일어남을 의미합니다.

U-235 등의 핵분열에서 2~3개의 핵분열중성자들이 나오더라도, 핵분열 연쇄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중성자들이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성 물질이 아닌 다른 물질에 흡수되거나 원자로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지요. 특히, 원자로에서 특별한 장치 없이 천연우라늄(Natural Uranium; 핵분열성 핵종인 우라늄-235의 비율이 0.7%에 불과함)을 사용할 경우에는 연쇄반응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핵분열 연쇄반응을 위해서는 중성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핵분열 확률을 높여야 하는데, 가) 핵분열에서 나오는 중성자들의 에너지를 열중성자 영역으로 낮추거나(감속), 나) 핵연료 중에서 핵분열성 핵종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농축)이 주로 사용됩니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중성자의 에너지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을 ‘감속재’(減速材, Moderator)라 하며, 가벼운 핵종들로 구성된 물질, 즉 물(H2O), 중수(D2O), 흑연(C) 등이 주로 사용됩니다. 여기서 중수(Heavy Water)는 무거운 물이라는 의미로,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지는 보통의 물(輕水) 분자와 달리, 중수소(질량수가 2인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분자가 이루어집니다. 한편, 천연우라늄보다 U-235의 비율을 높인 우라늄을 ‘농축우라늄’(Enriched Uranium)이라 하고, 전체 우라늄 중 U-235의 비율을 ‘농축도’라 합니다.

원자로에서의 핵분열반응률(즉, 에너지생성률)은 원자로 내 중성자 수와 핵분열성 핵종 수의 곱에 대체로 비례합니다. 그런데 단기간 동안 핵분열성 핵종의 수는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 중성자 수를 변화시켜서 에너지생성률(즉, 출력)을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출력을 높이려면 중성자 수를 증가시키고, 출력을 낮추려면 중성자 수를 감소시키는 것이지요. 이는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물질을 원자로 안에 더 집어넣거나 빼냄으로써 달성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제어봉’(Control Rod)입니다. 특히, 어떤 이유에서든지 원자로가 위험해지면 중성자 흡수물질을 원자로 안으로 많이 집어넣어서 단시간 내에 중성자가 사라지게 함으로써, 핵분열 반응을 멈춥니다.

마지막으로 ‘임계’(Critical)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임계 상태는 하나의 핵분열에서 방출되는2~3개의 핵분열중성자들 중에서 평균적으로 딱 1개씩 또 다른 핵분열을 일으켜서, 전체적으로 핵분열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입니다. 핵분열률이 시간에 따라 증가하면 ‘초임계’(Supercritical) 상태, 핵분열률이 시간에 따라 감소하는 경우는 ‘미임계’(Subcritical) 상태라 합니다. 원자로가 운전되려면 최소한 임계 상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하지요.

(곧 이어 원자로의 구성요소들과 원자로의 종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