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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 53편 "빌 게이츠는 왜 원자력을 지지하는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원자력 안전" 3. 원자로의 종류
(*앞에서 원자로(핵분열로)에 대한 몇 가지 기초지식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회에서 설명하는 원자로 구성물질과 원자로(또는 원자력발전소)의 종류를 이해하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원자력 안전을 이야기할 최소한의 준비가 될 것입니다. 원자력 안전을 설명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그때그때 보충하겠습니다.)
[원자로에는 각각의 고유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물질들이 있습니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연료, 핵분열중성자들의 에너지를 낮추는 감속재, 중성자 수를 조절하여 출력(핵반응률)을 조절하는 제어봉 등은 이미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핵연료로부터 열을 제거하는 냉각재와 다양한 형태의 구조재들이 사용되는데, 이를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핵연료(Nuclear Fuel):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여러 화학조성 및 형태로 사용되어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을 일으킵니다. 우수한 핵적 특성이 기본이지만, 높은 열전도도, 방사선 조사 안정성, 화학적 안정성 등 갖추어야 할 다른 특성도 많습니다. 원자로 개발 초기에는 금속 핵연료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이산화우라늄(UO2) 등 세라믹 연료가 주로 사용됩니다.
2) 감속재(Moderator): 핵분열중성자들의 속도를 낮추어 핵분열 효율을 높입니다. 중성자를 거의 흡수하지 않으면서, 충돌 시 중성자의 에너지를 쉽게 낮출 수 있어야(질량수가 작을수록 유리) 합니다. 물(경수; H2O), 중수(D2O), 흑연(Graphite; C), 베릴륨(Be) 등 가벼운 원자들로 구성되면서 화학적으로 안정한 물질들이 이용됩니다.
3) 냉각재(Coolant): 핵연료로부터 핵분열 열을 제거(냉각)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열은 궁극적으로 터빈-발전기를 구동시켜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됩니다. 물(경수 및 중수), 이산화탄소, 헬륨, 액체 나트륨 등이 냉각재로 사용됩니다. 경수나 중수가 냉각재인 경우 감속재의 역할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반응도제어물질(Reactivity Control Material): 원자로 안에서 중성자를 흡수하여 중성자 수를 조절하는 물질입니다. 막대 형태의 제어봉(Control Rods)이 대표적이지만, 냉각재의 중성자 흡수물질(수용성 독물질)을 섞는 등 다른 방법들도 사용합니다. 원자로 내에 중성자 흡수물질이 증가하면 중성자 수가 줄어들어 출력이 감소하고, 반대로 흡수 물질이 감소하면 출력이 증가합니다. 제어봉 물질로는 B, B4C, Cd, Ag-In-Cd, Hf, Ag-Hf, Ag-In-Hf 등, 수용성 독물질로서는 붕산(H3BO3) 용액이 주로 사용됩니다.
5) 구조재(Structural Materials): 원자로 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 재료가 사용된다. 용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중성자를 잘 흡수하면서도 기계적 성질과 화학적 특성 및 방사선에 대한 안정성이 좋은 물질들이 사용됩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원자로에서 특별히 많이 사용되는 재료에는 지르코늄 합금(Zircaloy)이 있습니다.
[원자로 종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구분합니다.]
핵분열원자로(핵분열로)의 종류는 흔히 핵분열에 주로 기여하는 중성자 에너지 영역, 원자로의 기능이나 용도, 냉각재, 감속재 또는 핵연료의 종류, 핵분열성 물질의 증식 여부 등에 따라 구분합니다.
중성자 에너지 영역에 따라서는 ‘고속로’(Fast Reactor)와 ‘열중성자로’(Thermal Reactor)가 있습니다. 고속로는 감속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핵분열성 핵종의 농축도를 높여서 연쇄반응을 달성합니다. 현재 운전 중인 대부분의 원자로는 열중성자로이며, 핵분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감속재를 사용합니다.
사용 목적에 따라서는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용 원자로(발전로; Power Reactor), 선박이나 잠수함 등에 사용되는 추진용 원자로(Propulsion Reactor), 연구나 재료 시험 등을 위한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Research Reactor), 가정이나 공장 등에 열을 공급하는 열공급용 원자로(Heating Reactors) 등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연구로 중에서 재료 시험을 주목적으로 하는 원자로는 시험로(Test Reactor)라 부르기도 합니다.
원자로 운전에 따라 핵분열성 핵연료가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에 따른 분류도 있습니다. 핵분열에 의해 U-235이 소모되는 양보다 U-238이 중성자를 흡수하여 생성되는 Pu-239의 양이 더 많으면, 원자로 운전에 따라 핵분열성 물질이 증가하므로 '증식로'(Breeder)라 합니다. U-235의 소모량보다 Pu-239의 생산량이 작으면 '전환로'(Converter)라 하고, 열중성자로는 기본적으로 전환로입니다. 한편 핵무기 해체에서 나온 플루토늄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특정 핵종을 연소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원자로 등 전환비(핵분열성 물질 소모율 대비 생산율)가 일반 원자로들보다 특별히 낮게 설계된 원자로들은 '연소로'(Burner) 또는 '소멸로'라 하기도 합니다.
냉각재, 감속재 등에 따른 구분은 이어서 좀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발전용 원자로는 주로 냉각재 종류에 따라 명칭을 정합니다]
발전용 또는 추진용 원자로에서는 주로 냉각재, 감속재 및 핵연료의 종류에 따라 노형이구분되고 명칭이 정해집니다. 그 중에서도 냉각재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는 냉각재의 종류와 조건이 주어지면 그에 적합한 감속재나 핵연료 특성 등도 대체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냉각재 종류별로 노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1) 경수로(Light Water Reactor; LWR): 보통의 물(경수)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열중성자로입니다. 원자로 내부에서 직접 냉각재(물)를 끓여서 터빈 구동에 필요한 수증기를 생산하는 비등경수로(Boiling Water Reactor; BWR)와 원자로 내에서는 냉각재를 끓이지 않고, 증기발생기를 통해 수증기를 생산하는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 PWR) 등 두 종류가 있습니다. 물은 냉각재와 감속재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며, 일정 기간 동안 핵연료의 교체 없이도 원자로가 연속적으로 운전 가능하도록 저농축 우라늄(LEU; Low Enriched Uranium)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2) 중수로(Heavy-Water Reactor; HWR): 중수를 냉각재와 감속재로 사용하는 열중성자로입니다. 가압경수로와 같이 원자로에서는 수증기를 생산하지 않고 증기발생기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므로 가압중수로(Pressurized HWR; PHWR)라는 용어가 흔히 사용되고, 월성에 있는 캔두 원자로가 대표적입니다. 중수는 경수에 비해 열중성자 흡수가 거의 없어서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더라도 연쇄반응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여 연쇄반응을 유지하려면, 잦은 핵연료 교환이 필요합니다.
3) 기체냉각로(Gas-Cooled Reactor; GCR): 이산화탄소나 헬륨 등 기체가 냉각재로 사용되는 열중성자로이며, 중성자 흡수 단면적이 극히 작으면서도 감속 성능이 좋은 흑연이 감속재로 사용됩니다. 영국에서 운전되고 있는 마그녹스(Magnox)와 개량기체냉각로(Advanced GCR; AGR)는 이산화탄소를 냉각재로 사용하고, 그 후 세계 각국에서 개발된 고온기체로(High-Temperature Gas-Cooled Reactor; HTGR)에서는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합니다.
4) 흑연감속 경수로(Light Water-Cooled Graphite-Moderated Reactor; LWGR): 구 소련에서 주종 노형의 하나로 건설된 노형으로서, 압력관(Pressure Tube)형 흑연감속로(PTGR) 또는 RBMK(러시아어로 ‘고출력 압력관형 원자로’의 의미)라고도 합니다. 감속재로는 흑연이 사용되고, 많은 수의 수직 압력관 안에 저농축 우라늄 연료들이 위치하며, 냉각재는 원자로 안에서 끓습니다.
5) 액체금속로(Liquid Metal Reactor; LMR): 고속로(Fast Reactor)에서는 열전달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중성자 감속을 잘 시키지 않는 액체금속이 냉각재로 적합하며, 현재 주로 사용되는 냉각재는 액체 나트륨(Liquid Sodium)입니다.
이 밖에도 증기발생 중수로(Steam-Generating Heavy-Water Reactor; SGHWR), 경수증식로(Light-Water Breeder Reactor; LWBR), 기체냉각 고속증식로(Gas-Cooled Fast Breeder Reactor; GCFBR), 유기액냉각로(Organic Cooled Reactor; OCR), 용융염 증식로(Molten-Salt Breeder Reactor; MSBR) 등도 연구되어 왔습니다.
현재 상업 운전이 이루어진 발전용 원자로형은 가압경수로(PWR), 비등경수로(BWR), 가압중수로(PHWR), 흑연냉각경수로(LWGR), 마그녹스(Magnox), 개량기체로(AGR), 고온기체로(HTGR), 액체금속로(LMR) 등 8 가지이며, 첨부한 슬라이드에 핵심 특성을 요약하였습니다. 또한, 가압경수로, 비등경수로, 가압중수로 개념은 그림으로도 나타내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원자로와 함께 전기생산을 위한 설비들도 필요합니다]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핵분열을 일으키고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여 터빈을 구동시킬 수증기를 생산하는 계통들을 포괄하여 '원자로계통' 또는 ‘핵증기공급계통’(Nuclear Steam Supply System; NSSS)이라 하며, 이것이 화력 발전소와 다른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NSSS에서 생산된 수증기를 이용하여 터빈-발전기(Turbine- Generator)를 구동시켜서 전기를 생산하고, 수증기 생산에 필요한 물(급수라고 함)을 다시 NSSS에 공급하는 계통은 증기 및 동력 변환계통이라 하는데, 이 계통은 화력발전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방사선과 방사선 방호의 기초지식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