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원자력 안전" 8.원자력발전소 안전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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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이야기하는 원자력 안전-8] 원자력발전소 안전 목표

(*앞에서 원자력발전소 운영에는 방사선 재해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원전 설계와 운영에서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목표로 하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원전의 안전 목표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런데 원전 안전목표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려면 원전 사고의 구분, 안전성 평가 방법 등 원전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원전 안전목표의 일반적인 부분을 소개하고, 2~3개월 후에 다시 원전 사고 기록 등과 함께 좀더 깊게 다루겠습니다.)

[원자력 안전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전리방사선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개인과 사회 및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원자력 안전의 기본적인 목표는 원자력 시설의 운영 등으로 유발될 수 있는 방사선 재해로부터 개인과 사회 및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는 원자력 안전 관련 모든 자료에서 유사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안전기준(Safety Standards)들의 기본이 되는 ‘기본안전원칙’(Fundamental Safety Principles, 2006)에서는 원자력 시설에 대한 기본안전목표(Fundamental Safety Objective)를 “전리방사선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사람(개인 및 집단)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안전목표는 너무나 당연하고 선언적이어서 마음에 잘 와 닿지 않습니다. 따라서 좀더 구체적인 정성적(Qualitative) 또는 정량적(Quantitative) 안전목표를 설정하여 안전규제체계에 도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습니다. 다른 전력생산 방법들(화력, 수력 등)의 리스크나 대중이 이미 감당하고 있는 기존의 사고 리스크와 비교하여 설정하기도 하고, 확률론적안전성평가(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 PSA)에서 계산되는 중대사고 확률이나 방사성물질의 대량 누출 확률에 대해 설정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확률론적안전성평가에 대한 설명은 뒤로 잠시 미룹니다. 일단,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들과 각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 그리고 각 사고 시나리오에 따른 방사성물질 누출량 등을 계산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만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중대사고 확률과 방사성물질 방출량을 예측하는 데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따른다는 것도 함께 기억하시고요.

원전은 도입 초기부터 가상적인 사고들을 고려하고 사고 유형별로 안전기준(Safety Criteria) 또는 허용기준(Acceptance Criteria)을 적용하여 왔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허용기준이 만족함을 확인하는 것이 원전 안전성 평가(안전해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고, 이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이렇게 고려되는 사고들을 일반적으로 ‘설계기준사고’(Design Basis Accident; DBA)라 합니다. 또한, 발전소 부지 경계를 설정할 때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수준의 핵연료가 손상되었다고 가정하고 사고들을 분석하여 피폭선량 등을 평가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 개별 사고들’에 대한 대응능력은 비교적 효과적으로 확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핵연료가 대량으로 손상 또는 용융되고, 경우에 따라 원전 밖으로도 누출되는 중대사고까지 고려한 안전요건이나 종합적인 안전목표에 대한 논의는 쓰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사고(1979년) 전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TMI 원전 사고: 미국 팬실베니아주의 TMI 원전 2호기에서 1979년 3월 발생한 사고로서, 원자로의 붕괴열 냉각이 실패하여 핵연료의 약 3분의 1이 녹아내린 원전 최초의 중대사고임. 단, 원전 밖으로의 실제 방사능 누출은 매우 작아서, 주민과 환경에 대한 방사선 피해는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됨.)

체계적인 원전 안전목표는 TMI 사고 이후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U.S.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U.S.NRC)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그 후 국제원자력기구의 국제원자력안전자문단(International Nuclear Safety Advisory Group; INSAG)에서 다른 형태로 원전 안전목표를 체계화 하였습니다. 지금은 많은 국가의 규제기관들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목표를 참고하여 자국의 안전목표를 설정하고 있지요.

오늘은 U.S.NRC와 INSAG에서 제시한 안전목표를 설명하고, 최근에 도입된 우리나라의 안전목표도 설명합니다. 각국의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에 대한 안전목표치 등 더 상세한 내용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들을 다룬 후, 대략 2~3개월 후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는 1986년 원자력안전목표 정책성명을 통해 정성적, 정량적 안전성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1979년의 TMI 원전 사고로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실제로 발생할 수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구체적인 원전 안전목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U.S.NRC는 1982년 초안을 제시하는 등 약 6년간의 논의를 거쳐 1986년 “Safety Goals for the Operation of Nuclear Power Plants; Policy Statement”을 공표하게 됩니다. 이 문서는 흔히 1986년 안전(성) 목표 정책성명(1986 Safety Goal Policy Statement)이라 하며, 정성적 및 정량적 안전성 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먼저 정성적 안전성 목표(Qualitive Safety Goals)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 원전 운영의 결과로 개인의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추가 리스크(Significant additional risk)가 더해지지 않도록 방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원전 운영의 결과로 발생하는 생명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리스크는 현실적인 다른 경쟁수단과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작아야 하며, 다른 사회적 리스크들에 추가되는 리스크가 크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원자력에 의한 전기 생산이 다른 방법들보다 위험하지 않아야 하고, 원전으로 인해 추가되는 위험도가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본적인 안전 철학이지요.

정량적 안전성 목표(Quantitative Objectives)로는 발전소 인근 주민에 대한 건강 영향 관점에서 2가지가 제시되었습니다. - (조기 사망)원전 사고로 인한 원전 인근 주민의 조기(초기) 사망 리스크가 다른 사고들로 인한 미국민 총 사망 리스크의 0.1% 이하여야 한다. - (암 사망) 원전 운전으로 인한 원전 인근 주민의 암 사망 리스크가 모든 다른 요인들에 의한 총 암 사망 리스크의 0.1% 이하여야 한다. 여기서 조기 사망 리스크는 사고가 발생하여 단기간 내에 사망하는 것을 가리키고, 암 사망 리스크는 사고발생 후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암에 의한 사망 리스크를 가리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원자력안전자문단(INSAG)에서는 원전 안전목표를 안전성 확보원칙과 연계하여 더욱 체계화하였습니다]

국제원자력안전자문단(INSAG; International Nuclear Safety Advisory Group)은 1985년 결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자문기구입니다. INSAG은 권위있는 원자력 안전 전문가그룹으로서 IAEA 사무총장에게 안전정책을 자문하는 한편, 1986년 9월 발행한 체르노빌 사고 검토보고서(INSAG-1)을 시작으로 다양한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INSAG 보고서는 주로 원자력 안전 방법론, 정책 및 원칙 등에 관한 것으로, 지금까지 발행된 총 27종 중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기여가 컸던 보고서가 1988년 발행된 3번째 보고서(INSAG-3)인 ‘원자력발전소 기본 안전 원칙(Basic Safety Principles for Nuclear Power Plants)’입니다. INSAG-3에서 정리한 핵심 개념들은 그 이후의 INSAG 문서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협약 등 국제적 원자력안전활동에서 널리 채택되었으며, 1999년에 INSAG-12로 개정되었습니다. INSAG-3와 INSAG-12에는 원전에 대한 정성적 및 정량적 안전성 목표가 새로운 형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INSAG 활동 및 보고서들은 http://www-ns.iaea.org/committees/insag.asp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INSAG-3(1988)와 INSAG-12(1999)에서는 원전의 안전성 목표를 우선 다음과 같이 정성적으로 정리했습니다. - 일반 원자력 안전 목표(General Nuclear Safety Objective): 원전 내에 방사선 재해에 대비한 효과적인 방어(Defense)를 확립하고 유지하여 개인과 사회 및 환경을 보호한다. - 방사선 방호 목표(Radiation Protection Objective): 정상 운전시 발전소 내에서의 방사선 피폭과 방사성물질 외부 누출로 인한 방사선 피폭을 제한치(Prescribed Limit) 이내에서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최저(ALARA)로 유지하고,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의 정도를 완화(Mitigation)시킬 수 있도록 보장한다. - 기술적 안전 목표(Technical Safety Objective): 원전의 사고를 높은 신뢰도로 예방하고, 발생 가능성이 아주 낮은 사고들을 포함하여 원전 설계에서 고려된 모든 사고에서 방사선학적 영향이 미미하도록 보장하며, 심각한 방사선 재해가 따르는 중대 사고의 가능성은 극히 작도록 보장한다. 위의 3 가지 안전 목표는 서로 독립적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입니다. 첫 번째 목표는 앞에서도 다룬 기본적인 안전목표이며, 다른 두 목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INSAG-3(1988)에서는 심각한 노심 손상, 즉 중대사고가 발생할 빈도(노심손상빈도; Core Damage Frequency; CDF)와 원전에서 방사능물질이 조기에 대량으로 방출될 빈도(조기대량방출빈도; Large Early Release Frequency; LERF)를 기준으로 한 정량적인 목표도 제시하였습니다. - 가동중 원전: 심각한 원자로 노심 손상(중대사고)의 발생 가능성(CDF)은 원자로를 1만년 가동에 한 번 이하, 방사성물질의 대규모 조기 누출 가능성(LERF)은 10만년 가동에 한 번 이하가 되도록 한다. - 신규 원전: 심각한 원자로 노심 손상(중대사고)의 발생 가능성(CDF)은 원자로를 10만년 가동에 한 번 이하, 방사성물질의 대규모 조기 누출 가능성(LERF)은 100만년 가동에 한 번 이하가 되도록 한다. INSAG-3를 개정하여 1999년 발행된 INSAG-12에서는 신규 원전의 경우 방사성물질의 대규모 조기 누출 가능성을 실제적으로 제거(Practical elimination)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서유럽 국가들이 주장하여 IAEA 문서들에 반영되고, 점차 많은 국가에서도 선언적으로 채택하는 목표이지만, ‘실제적 제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모호하여 혼란을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서유럽 국가 규제기관장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Practical Elimination이 무슨 뜻이냐, 규제기관장들이 말할 때는 어떻게 규제에 적용하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량적인 안전목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80년대 후반부터 원전에 대한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를 시작하여 범위를 점차 확대해왔습니다. 특히 2001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채택한 중대사고 정책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보건목표(0.1% 목표)를 제시하고 PSA 성능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신규원전은 물론 모든 가동원전에 대해서도 범위가 확장된 PSA를 수행하여 CDF(노심손상빈도 즉 중대사고 발생확률) 및 LERF(조기대량방출빈도) 등을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목표가 강제규정으로 법제화되지는 않았고, 규제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로만 사용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중대사고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더욱 대응이 요구되었고, 중대사고관리가 강제적인 규제범위에 공식적으로 포함되면서, 안전목표도 규제법령에 명시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 마련된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 “사고관리 범위 및 사고관리능력 평가의 세부 기준에 관한 규정”에서는 확률론적안전성 평가에 적용할 목표치로 다음 항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부지 인근주민의 발전용 원자로시설 사고로 인한 초기 사망 위험도 및 암 사망 위험도가 각각의 전체 위험도의 0.1% 이하이거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성능목표치를 만족할 것 - 방사성핵종 세슘(Cs)-137이 100TBq(100조 베크렐)을 초과하는 사고 발생 빈도의 합이 1백만년에 1회 이하일 것

확률론적안전성평가 기법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목표치를 규제요건으로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국민 보호 관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안전성 평가와 안전성 향상조치를 견인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기존 리스크 대비 0.1% 이내 추가 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안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용되는 안전성 확보 원칙들을 소개합니다.)

International Nuclear Safety Group

The International Nuclear Safety Group (INSAG) is a group of experts with high professional competence in the field of safety working in regulatory organizations, research and academic institutions and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