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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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속재[Moderator]

우라늄이 핵분열을 하면서 방출되는 핵분열중성자는 평균 2MeV의 높은 속도를 지닌다. 즉, 에너지가 높은 중성자가 방출된다. 이와 같은 고속 중성자(fast neutron)는 U235 에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어렵다. 중성자가 U235와 같은 핵분열용이물질에 흡수되었을 때 핵분열이 일어날 확률은 중성자 에너지가 낮을수록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핵분열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에너지 상태인 열중성자(thermal neutron, 운동에너지가 0.025eV 이하)로 감속되어야 하는데 이때 중성자 에너지 즉 속도를 를 감속시키는 물질을 감속재라 하며, 감속재는 원자로의 주요 구조물 중 하나이다. 감속의 원리는 중성자와 감속재와 충돌할 때 중성자가 가진 에너지를 감속재로 전달하면서 에너지를 잃는 것이다. 감속재로는, 원자질량수가 작을수록 탄성충돌로 중성자를 감속시키기 쉽고, 열중성자 흡수확률이 낮은 경수(輕水=H2O) ·중수(重水=D2O) ·탄소(흑연) 등이 사용된다.

감속 방법

중성자 에너지를 감속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비슷한 질량의 원자핵과 탄성충돌시키는 것이다. 운동중인 입자가 정지상태 입자(표적입자)와 정면으로 탄성충돌하면, 에너지보존법칙과 운동량 보존법칙에 따라 운동중이던 입자의 충돌후 속도는 감소하는 원리이다. 중성자는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와 질량이 비슷하므로, 고속중성자가 정지상태의 양성자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중성자 운동에너지는 거의 대부분 양성자에 전해지게 되며, 몇 번의 충돌로 열중성자가 될 수 있다. 만일 표적원자핵의 질량이 양성자보다 크면 중성자 에너지 감속효과는 줄어든다. 하지만 중성자가 양성자와 충돌하여 중수소(H2)핵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비교적 커서 결과적으로 열중성자 개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표적원자핵에 따라 중성자가 충돌할 때 흡수되는 정도를 고려하여 적절한 감속재 물질을 선택하여야 한다.

감속재의 종류

  • 경수(H2O)

감속재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물질은 보통의 물인 경수다. 물 분자 속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가 중성자를 감속하는 데는 최적이나, 양성자가 충돌하는 중성자와 결합하여 중수소핵을 만들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연쇄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열중성자 수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수를 감속재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핵연료로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여 핵분열 중성자를 많이 생성시켜 연쇄 핵분열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한다. 경수를 감속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경수형 원자로 혹은 경수로라고 한다.

  • 중수(D2O)

수소 원자핵 다음으로 중성자 감속 효과가 큰 원자핵은 중수소핵이다. 중수소핵이 들어있는 중수를 감속재로 사용하는 경우, 중수소핵이 중성자를 흡수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중성자 개수가 줄어드는 단점이 없으지므로 경수로 연료로 사용하는 저농축 우라늄이 아닌 천연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중수를 감속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중수형 원자로 혹은 중수로라고 한다. 중수는 경수에 비해 구하기가 어렵고(인공작으로 생산해야 한다) 비싸므로 감속재로서의 경제성은 낮다.

  • 흑연(C)

탄소 원자핵이 중성자를 감속하는 역할을 하도록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탄소 원자핵도 중성자를 거의 흡수하지 않으므로 중성자 수가 줄어드는 단점이 없어서, 천연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1942년 미국 시카고 대학에 건설된 인류 최초의 원자로(CP-1)는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여 인공적인 핵분열 연쇄반응을 성공시켰다.

  • 기타

탄소 원자핵보다 질량이 작은 He, Li, Be, B 원자핵이 들어있는 물질은 감속재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He은 감속재 역할을 할 만큼 밀도를 높이기 어렵고, Li-6과 B-10은 중성자를 흡수할 확률이 비교적 높다. Be과 Li-7도 그 사용이 아주 제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