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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로
고속중성자원자로는 고에너지의 중성자(약 100 keV 이상)에 의한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자로로서 일반적으로 고속로라고 부른다. 고속로는 열중성자원자로와 같이 핵연료, 냉각재, 구조재, 열전달을 위한 열전달계통으로 구성된다. 고에너지의 고속중성자는 핵분열 용이물질과의 핵분열반응 확률이 열중성자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핵분열 원료물질의 함량이 높은 핵연료를 사용한다. 핵연료의 종류에는 이산화우라늄, 산화플루토늄을 이산화우라늄과 혼합한 혼합산화물 연료(MOX), 금속연료, 탄화물연료, 질화물연료가 있다.
목차
핵분열성물질의 증식 및 전환
고속로는 고에너지 중성자를 이용하여 핵분열 원료물질(238U, 232Th)을 핵분열 용이물질(239Pu, 233U)로 변환하거나, 방사성물질을 원자로에서 연소시킬 수 있다. 전환비는 핵분열 원료물질이 핵분열 용이물질로 변환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전환비가 1 보다 크면 장전한 핵분열 원료물질보다 많은 양의 핵분열 용이물질이 생산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고속로를 고속증식로(breeder)라고 한다. 전환비가 1 보다 작으면 전환로(converter) 또는 연소로(burner)라 한다. 고속로 개발 초창기에는 핵분열 원료물질을 용이물질로 많이 전환할 수 있는 증식로 개발에 주력했던 것에 반하여, 최근에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의 고독성·장수명 원소를 소멸시킬 수 있는 고속로 개발에 관심이 많다.
냉각재에 따른 원자로 분류
경수로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속로의 핵분열 에너지를 에너지 전환계통에 전달하기 위한 냉각재가 필요하며, 고속로의 냉각재가 갖추어야 할 주요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 열전달 능력이 우수하여야 한다.
- 중성자에 대한 흡수단면적(cross section)이 작아야 한다.
- 중성자와의 산란 반응에 의한 중성자에너지 감속효과가 작아야 한다.
- 핵연료 또는 구조재와의 양립성이 우수하여야 한다.
- 자연계에 풍부하고 가격이 싸야 한다.
- 중성자 조사(照射)에 의한 방사화(activation) 량이 작아야 한다.
고속로는 크게 냉각재의 종류에 따라 액체금속냉각고속로와 가스냉각고속로로 구분한다. 액체금속냉각고속로에는 소듐(Na), 납(Pb), 납-비스무스 합금(Pb-Bi)과 같이 액체 상태에서 열전달 능력이 우수하면서 질량수가 높아 중성자 감속효과가 작은 물질 들이 냉각재로 사용되며, 가스냉각고속로에는 He과 같이 질량수는 작지만 밀도가 작아 중성자 감속효과가 작은 물질을 냉각재로 사용한다.
구분 | 경수로 | 액체금속냉각고속로 | 가스냉각고속로 | ||
---|---|---|---|---|---|
냉각재 | 경수(H2O) | 소듐(Na) | 납(Pb) | 납합금(Pb-Bi) | 헬륨(He) |
질량수 | 18 | 23 | 208 | Pb:208, Bi:209 | 4 |
용융점, ℃(대기압) | 0 | 98 | 327 | 125 | -272 |
비등점, ℃(대기압) | 100 | 883 | 1,743 | 1,670 | -269 |
밀도, kg/m3(500℃) | 968(100℃) | 832 | 10,443 | 10,072 | 1.79×10-7(0℃) |
열전도도, W/mK(500℃) | 0.677(100℃) | 67.3 | 17.7 | 14.3 | - |
액체금속냉각고속로(LMFR, Liquid Metal Cooled Fast Reactor)
고속로의 가장 대표적인 냉각재는 액체금속이다. 냉각재로 사용되는 금속은 대부분 상온에서 고체 상태이기 때문에 고온에서 액체 상태로 원자로에서 사용된다. 소듐은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물질(지구에서 6번째로 많은 원소)이며, 열전달 성능이 우수하고 중성자 감속효과가 적어 가장 보편적인 냉각재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납도 고속로의 냉각재로 사용될 수 있으며, 납은 용융점이 상대적으로 높아, 비스무스와의 합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액체금속냉각고속로는 약 300℃~550℃의 온도범위에서 운전되며, 대기압에서도 비등점이 충분히 높기 때문에 경수로처럼 원자로계통을 가압하지 않고 대기압 수준에서 운전된다. 원자로에서 발생된 열은 증기발생기를 통해 과열증기를 생산하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액체금속냉각고속로는 운전온도가 높기 때문에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열효율이 40%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액체금속냉각고속로는 감속재가 불필요하므로 핵연료는 충분한 냉각이 가능한 범위에서 조밀한 격자배치를 갖는다. 육각형 형태의 핵연료집합체내에 핵연료봉은 삼각배치를 하며, 이러한 이유로 출력밀도가 200 W/cm3 이상으로 높다.
가스냉각고속로(GFR, Gas Cooled Fast Reactor)
가스냉각고속로의 대표적인 냉각재는 헬륨(He)이며, 이산화탄소(CO2)도 냉각재로 사용된다. 가스는 저압에서 열전달 특성이 좋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 70기압 수준으로 가압되어 운전된다. 가스는 열전달 성능이 액체금속에 비하여 떨어지기 때문에 출력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기체 상태이기 때문에 냉각재 비등에 따른 열전달 성능저하 문제는 없다. 따라서 가스냉각고속로는 약 850℃의 고온으로 운전될 수 있으며, 가스터빈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거나, 수소생산 등을 위한 공정열 공급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가스냉각고속로의 핵연료로는 고온에서 잘 견딜 수 있는 혼합산화물연료 또는 탄화물연료가 사용된다. 가스 냉각재를 원자로에서 순환시키기 위해서 펌프 대신 송풍기(blower)를 사용하며, 뜨거워진 가스로 직접 가스터빈을 구동시키므로 증기발생기와 같은 별도의 열교환기가 필요하지 않다.
제4세대원자로시스템 (Generation IV Reactor System)
고속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개발 단계의 원자로이다. 위에서 설명한 3개의 고속로는 2002년 제4세대원자로시스템 국제포럼(GIF)에서 선정한 6개의 후보노형에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소듐냉각고속로와 납냉각고속로는 2014년에 제4세대원자로시스템의 후보노형 중 4개의 기술목표(지속가능성, 안전성, 경제성, 핵확산저항성)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노형으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