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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호기 원전안전성
본 자료는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 양재영 교수의 기고문을 편집한 것입니다.
목차
APR1400 안전성 목표
다수기 안전성은 UAE에 수출된 APR1400 원자로를 개발하던 1990년도 초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APR1400은 미국의 신형경수로 요건을 만족하는 제3세대 원전으로 안전성 목표는 그 이전 2세대 원전보다 사고확률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이는 것으로 10기가 한 부지에 지어지더라도 2세대 원전 하나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호기 안전성이 APR1400 개발 목표에 녹아있는 셈이다. 더욱이 신고리5,6호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성 개선 사항들을 반영하여 초기 APR1400 원자로 보다 더욱 안전한 원전이 되었다.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 결과, 신고리5,6호기가 고리1호기에 비하여 70배 이상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호기 안전성 개요
아래 그림 3은 우리나라 총발전량의 8.5%를 생산하는 고리원전 부지의 위성사진이다.
그림 오른쪽, 부지를 확대한 사진의 파란 원은 왼쪽부터 가동 중인 고리1,2,3,4, 신고리1,2,3,4호기이고, 빨간 원이 신고리5,6호기다. 이렇게 여러 호기가 모여 있다면 한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연쇄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또 여러 호기가 동시에 사고 나면 큰 재앙이 되지 않을지 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동일 부지에서 다수호기가 사고를 일으킬 경우는 다음의 3가지 경우이다.
- 동일부지내 원전에서 사고가 2개이상 독립적으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 한 원전사고가 다른 원전으로 전파되는 경우
- 자연재해와 같은 공통원인으로 다수호기에서 사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독립적 개별사고의 동시발생
먼저, 고리부지에서 사고 확률이 가장 높은 고리1,2호기의 원전이 독립적으로 동시에 원자로가 녹는 중대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구하면, 고리1호기와 2호기의 사고 확률이 각각 10,000년당 1.77회와 1.7회이므로 동시사고 확률은 이 둘을 곱한 3/100,000,000이 된다. 즉 1억년에 3회이며 이를 고리 1~4호기에 적용하면 1경년에 1.3회가 되기 때문에 개별적독립사고의 동시발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고의 전파
다수기 안전성의 핵심은 한 호기의 사고가 이웃 호기로 옮겨갈 수 있느냐와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쓰나미나 지진 같은 공통원인으로 다수기가 사고 나는 경우다. 위성사진에서 보듯이 고리부지는 3개의 작은 원전 부지들이 모인 형태다. 고리4호기와 신고리1호기 간 거리는 약 800m, 그 사이에 125m 높이의 봉대산이 있다. 신고리2호기와 3호기 간 거리는 약 1.4 km 떨어져 있어 한 부지의 사고가 이웃 부지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원전들은 캐나다의 피커링과 브루스 원전처럼 조밀하게 배치되거나 원전들이 같이 사용하는 공유설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고 전파와 공통원인 사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후쿠시마 사고의 진행과정에서 후쿠시마 4호기는 3호기와 공유하고 있는 격납용기배기관 때문에 3호기에서 발생된 수소가 4호기로 흘러들어 폭발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유설비 문제가 재조명되었다. 하지만 다수기 관련 우려는 새로운 사실은 전혀 아니다. 이미 이와 관련된 논의는 1980년대 초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US NRC)에 의해 매듭지어졌으며 동 내용은 원전의 일반설계기준(GDC 5: General Design Criterion 5)에 다음과 같이 반영 규정되어 있다.
일반설계기준 5 : 안전에 중요한 구조물, 계통과 기기는 공유할 경우 한 원전의 사고가 이웃 원전의 안전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음을 보이지 못하면 인접 호기 간 공유하지 않아야한다.’
Criterion 5 : Sharing of structures, systems, and components. Structures, systems, and components important to safety shall not be shared among nuclear power units unless it can be shown that such sharing will not significantly impair their ability to perform their safety functions, including, in the event of an accident in one unit, an orderly shutdown and cooldown of the remaining units.
국내 원전들은 건설 초기부터 안전관련 설비를 호기 간 공유하지 않도록 하였기 때문에 한 호기의 사고가 인접 호기로 파급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공통원인사고 : 쓰나미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동해안의 원전은 안전하게 정지되었지만 뒤 이어 들이닥친 대형 쓰나미에 의해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계통이 침수되면서 원자로심이 녹는 사고로 확대되었다. 쓰나미가 후쿠시마 사고의 공통원인이었다. 그러나 진앙에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은 쓰나미를 대비하여 충분히 높은 해안방벽을 설치했고 후쿠시마보다 더 높은 파고에도 안전했다. 그리고 오나가와 원전은 3개월 간 피해 주민들의 대피소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이 사고 이후 고리1~4호기 부지의 해안방벽을 10m로 높여 예상되는 최대 파고 8.2m에 대비하고 비상발전기실에 방수문을 설치했다. 신고리1~6호기는 부지가 해발 10m 이상으로 충분히 높아 해안방벽 증축은 필요 없었다. 또 이동식 발전차량을 배치하고 비상전원인 배터리의 용량도 3배로 늘려 쓰나미 대비를 충분히 해두었다.
공통원인사고 : 지진
진도 5.0 이상 지진이 연평균 100회 이상 일어나는 일본과 달리 지난 40년 간 4회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2016년 9월 12일 계기 지진관측사상 최대인 진도 5.8의 경주지진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전 세계적으로 580여기 원전의 17,100호기.년 가동 역사 속에서 지진으로 인해 원전에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일본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미국의 노스아나 원전은 설계기준 최대지반가속도를 2배 이상 초과한 지진에도 안전정지 후 재기동할 수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후쿠시마와 오나가와 원전 역시 설계기준을 초과한 지진이 왔지만 안전정지에는 문제가 없었다. 원전 설계가 지진에 대해서 매우 보수적으로이면서 엄격하게 이루어진 결과다.
국내 원전은 신고리3,4호기부터 지진 규모 7에 버금가는 최대지반가속도 0.3g, 그 이전 원전은 규모 6.5인 0.2g에 대해 충분히 안전하게 설계되었다. 그렇지만 경주지진 이후 국내 전 원전에 대해규모 0.3g 의 지진에서도 안전할 수 있도록 보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경주지진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원전의 최대 지반가속도는 0.12g, 고리에서는 0.038g로 측정되었으니 기존 설계로도 충분히 안전하다. 국내에서 0.3g를 초과하는 지진이 올 확률은 2만5천분의 1 이하지만 이 보강작업을 하는 것은 국민 안심을 위해서다. 규모 7.5의 지진에도 견딘다는 123층 555m 높이의 서울 잠실 롯데월드와 비교할때 신고리5,6호기 격납용기는 높이 81m에 불과하고 용기의 콘크리트 두께가 137cm이며 철근밀집도는 롯데월드의 20배에 달한다.
다수호기 동시사고 국제공동연구
국제공동연구의 핵심적 주제는 공통원인사고와 연쇄사고를 고려한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평가 방법론 개발과 대중의 위험도 평가이다. 참여국 중 미국은 공유설비가 많지만 부지별로 2~3개 호기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저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공유설비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연쇄사고 확률이 0에 가까워 미국의 보수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다수호기 문제가 안전 현안이 되어있어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적 방법론 연구를 리드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평가는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지진 발생 시에도 단일호기사고가 가장 빈도가 높고 다수기 사고확률은 호기 수 증가에 따라 급격히 낮아져 그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함께 고려할 경우 전체부지에서 안전성은 약간 악화되지만 여전히 대중에 대한 위험도는 유의미 하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고리원전부지의 노심손상확률 평가
일반적으로 한 부지에서 예상되는 사고발생빈도(예상빈도)는 부지에서 운영되는 원전 수에 비례한다. 동일한 원전이 한 부지에 10기가 운영되면 1기만 운영되는 경우보다 예상빈도는 10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고리 원전부지 종합 안전성은 그림 6처럼 시계열 평가가 필요하다.
2017년 5월 말 현재 고리1~4호기와 신고리 1~3호기 7기가 가동 중인 고리부지의 노심손상사고 예상빈도는 1만년에 5회 정도이다. 그런데 이중 2세대 원전인 고리 1~4호기가 차지하는 빈도가 전체의 95%를 차지하며 안전성을 향상시킨 신고리 1~6호기는 고리 1호기 사고확률의 15~7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꾸준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과 설계개선 노력의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2017년 6월19일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되었기 때문에 부지사고 예상빈도는 1만년 당 3.23회로 줄었다. 대신 신고리4호기가 가동되면 0.04회가 늘고 여기에 신고리5,6호기 2기가 2023년과 24년에 가동될 경우, 예상빈도는 0.05회 밖에 늘지 않은 3.32회가 되어 여전히 고리1호기 정지 전 예상빈도보다 낮다.
또 신고리5,6호기와 관련한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결과도 현재 국내법과 IAEA 안전기준을 모두 만족하고, 원전 10기 모두가 가동 시에도 제한구역경계에서 연간 방사선량이 유효선량은 법적 제한치의 66.4%, 갑상선등가선량은 39.8%로 충분히 작다. 만약 2023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를 계속운전하지 않는다면 부지사고 예상빈도는 1.62회로 한층 더 낮아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자료의 최초 등록 : 박 찬오(SNEPC) copark537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