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위험의 이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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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료는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 내부 게시자료('저선량 LNT, 지나침은 모자람이다')의 내용을 가져와 그 일부를 재작성한 것이다.

개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방사선 위험과 안전을 말할 때, 그 구분을 선량한도로 하는 것이 아니다. 선량한도를 적용하는 것은 오로지 관리 목적에 충실하여 방사선 방호를 하는 것뿐이다. 기준을 정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그 선을 넘지 않고, 되도록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불필요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피폭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법으로 그 관리기준을 정하여 강제한다.


한편 의료방사선 노출은 선량한도에 적용받지 않는다. 건강 증진과 치료가 무엇보다도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다 노출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이용은 하되 불필요하게 노출되지 않게 한다.


방사선방호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현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마도 선량한도일 것이다. 현재 종사자 선량한도를 연간 최대 50 mSv로 하고, 사회적 요인까지 고려하여 일반인은 연간 1 mSv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반인 선량한도는 다소 임의적이다. 종사자의 1/10 이라면 5 mSv 혹은 2 mSv가 되어야 한다. 같은 사람인데도 종사자는 일반인의 10배, 20배 혹은 50배가 한도다. 방사선방호 전문가 사회가 일반인이 자신의 방사선 노출을 알고 피폭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무관하게 방사선에 노출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1 mSv는 자연 배경 방사선량 수준이니 해롭지 않을 수 있다” 해서, 이를 일반인 선량한도로 정한 것은 불편하다. 지역마다 그 수준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아주 큰 곳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저선량 영역에서 일반인에 대한 신중한 방사선 방호가 된다.


방사선으로 인한 생물학적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방사선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중요한 예로, 2017년 저널 Cell에 발표된 검토논문주1) 에서는, 내인성 및 외인성 요인에 의한 세포 손상을 정량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즉, 세포 내 DNA 손상율은 세포 당 하루에 무려 70,000여 개라고 한다. 그중 단일나선절단 SSB가 대략 80%, 이중나선절단 DSB가 0.04%다. 개수로 하면 DSB가 25개다.

주1) A. Tubbs and A. Nusenzweig, Endogeneous DNA Damage as a Source of Genomic Instability in Cancer, Cell 168, 644-656 Feb 9 (2017), originally from T. Lindahl and D.E. Barnes, Repair of Endogenous DNA Damage, Cold Spring Harb. Symp, Quant. Biol. 65, 127-133 (2000)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개수는 대략 수십조에 이른다고 한다. 주지하듯, 우리 몸 세포 내 염색체는 23종이 짝을 이루어 46개다. DNA는 이중나선구조를 갖고 각 나선 사이에 염기가 자리한다. 염색체 내 DNA를 구성하는 염기가 30억 개로 알려져 있다. 그 염기도 손상되면 끊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미시적 측면에서 우리 몸은 하루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더하여 생명 유지와 성장을 위해 유전자 복제가 일어날 때마다 항상 손상(세포분열 시 생기는 결함, 변이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쉼 없이 손상과 복구가 반복된다고 할 수 있다. 복구에는 수리, 수선의 의미가 있지만, 잘못된 것을 없애는 것도 포함된다.

내인성은 주로 체내 신진대사 부산물로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종(ROS)이고, 외인성은 방사선과 화학물질 등이다. 방사선에 의한 외인성 손상 자료는 2013년 Clinical Oncology에 발표된주2) 바 있다. 암치료 환자에게서 나온 것인데, 세포 당 1 Gy 당 SSB가 1,000개, DSB가 20~40개 라고 한다.

주2) M.E. Lomax, L.K. Folkes and P. O'Neil, Biological Consequences of Radiation-induced DNA Damage: Relevance to Radiotherapy, Clinical Oncology 25, 578-585 (2013)


DSB의 경우가 복구가 어려우니, DSB 만으로 비교하면, 놀랍게도 1 Gy가 주는 DNA 손상은 하루에 발생하는 내인성 손상과 같은 수준이다. LNT 모델(문턱 없는 선형모델, Linear No-Threshold model)에 따라 계산해 보자. 일반인 선량한도 1 mGy/y은 하루 선량이 약 0.01 mSv이니, 이 선량이 주는 손상은 1일 내인성 손상의 1/100,000 정도다. 100 mGy 수준이라 하더라도 일상적인 내인성 손상의 1/1,000 이다.


매일 발생하는 손상에는 K-40 등 우리 몸 안에 있는 방사능주3) 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수는 아주아주 작을 것이다. 그 비율로 보면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주3) 체중 70 kg 성인 남성의 몸에는 약 4,000 Bq의 K-40이 있다.


굳이 생물학적 연구결과가 필요하지도 않다. 잘 알고 있듯, 외부로부터 우리 몸이 물리 혹은 화학 물질로 공격을 받으면, 해당 부위로부터 손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정 수준의 손상은 문제없이 잘 복구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상처가 나지 않는 찰과상, 여름날 잠시 햇빛에 탄 피부, 가벼운 감기 등이 그렇다. 생명체가 갖는 자가 복구능력이다. 당연히 손상 정도가 심하면 자가 복구되지 않는다. 상처가 남고 피부암이나 다른 내분비질환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언제나 그 양이 중요하지, 그 대상이 있고 없고가 아니다.


작년 12월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에서 (화학 AI인 알파폴드를 사용하여) DNA 복제 재개 스위치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단백질이 DNA 손상을 우회하는 신호의 종료를 정교하게 조절하는데, DNA가 손상되면 복제가 중단되고, 정상 복구 후에 복제가 재개된다고 한다. 이 발견은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하는 (항상성) 메카니즘을 확인한 것이다.주4) 이는 내인성이건 외인성이건 세포 내 손상이 생기면, 우리 몸에서 복구기능이 작동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주4) Y. Kim et al., ATAD5-BAZ1B interaction modulates PCNA ubiquitination during DNA repair, Nature Communications (Dec. 03, 2024)


일부 방사선역학 연구자료에서는 작은 값이지만 저선량에서도 그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한다. 하지만, 사실 100 mSv 아래의 저선량 영역에서의 방사선 역학연구는 과학적 방법이라고 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여러 다른 인자들로 해서 표본 통계의 유의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즉, 작은 신호는 기저값(background)에 묻히고, 간섭요인에 갇혀 제대로 보이지 않다. 이는 전염병 역학과는 성격이 다르고, 특성상 독성물질에 장기간 지속하여 일정량 이상의 노출이 있는 경우에 적합하다. 일정량 이상이다. 현재 과학적 수단이 없어서, 그리고 대안이 없으니 그나마 유용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그 반대로 “영향이 없으니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혹은 너무 작아 무시할 만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위험은 일상에서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이 자료의 최초 작성 및 등록 : 김봉환(KAERI) bhkim2@ka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