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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 53편 "빌 게이츠는 왜 원자력을 지지하는가?"
Q11 암 위험이 선량에 비례한다면 적은 방사선도 피폭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은가?
100 밀리시버트 미만의 낮은 선량에서 실제로 암이 증가하는지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지만 방사선방호 목적으로는 선량이 낮아도 그 선량에 비례하는 만큼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 이 가정에 따르고 위험에만 관심을 맞추면 아무리 선량이 작아도 피폭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행위에 위험이 있다고 우리가 무조건 그 행위를 회피하지는 않는다. 암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음식물에 포함된 발암물질이지만 이러한 음식을 부단히 음식을 먹고 있으며, 교통사고로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7천 명 정도가 사망하지만 차량을 없애지 않는다. 감수하는 위험의 반대급부로 위험을 상회하는 중요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 예컨대, 자전거 타기는 개인의 사고 위험을 분명히 증가시킨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이나 공해 감축, 개인 건강을 위해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며 자전거 길 건설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 방사선 위험이 있음을 알면서도 원자력이나 X선을 사용하는 이유도 위험을 상회하는 중요한 이득(전력생산, 질병진료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얻는 이득이 수반되는 위험보다 크지 않으면 정당화되지 않으며 시행하지 못한다. 즉, 필요 없는 방사선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 술은 개인적, 사회적으로 여러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술이 주는 “긍정적 효과” 때문에 술을 금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담배는 폐암이나 심혈관질환의 주범이고 이득도 별로 없어 정당화하기 어려운 행위이지만 금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당화된 행위에 대해서도 위험관리의 원칙은 관리로 얻는 위험 감축 크기와 이에 필요한 비용을 저울질하여 순이득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한다. 방사선방호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합리적인 피폭 최소화” 또는 “방호 최적화”라 부른다.
- 어떤 이유 때문에 방사선을 이용해야만 할 때 피폭을 영(0)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비용의 효용은 투자가 증가할수록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방사선을 이용하면서 피폭을 영(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교통사고 사망자가 없는 운수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결국 들이는 사회적 비용과 얻는 사회적 효용 사이의 최적 지점을 위험관리의 목표로 한다.
원자력이나 방사선 이용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는 반대급부인 이득이 크다는 것 외에도 그 이용이 사회의 포괄적 위험을 감소 시킨다는 점도 있다.
- CT촬영이 통상적 X-선 촬영보다 환자선량이 100배 이상 높고 국민 방사선량을 괄목하게 증가시키지만 CT를 포기하면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즉, CT가 방사선량을 증가시키는 위험보다 CT를 통해 질병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CT를 사용한다.
- 현재의 조건에서는 다른 에너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가 원자력의 위험 때문에 원자력을 포기할 경우 전력 부족 또는 고가의 전기료로 인해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경제가 침체된 사회에는 온갖 위험이 증가한다. 즉, 원자력발전도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방사선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력생산도 방사선 의료도 필요하지만 내 문제가 아니니 내 주변에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선시설이 있어 내가 피폭하는 것은 감수할 수 없다는 생각은 지나친 이기심의 발로이다.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개인이 건강할 수 없다.
- 방사성의약품을 투여받은 환자(예: 갑상선암 치료환자)를 왜 격리하지 않아 사람들이 피폭할 수 있게 하느냐는 항의가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에게 자연방사선에 비해 매우 작은 방사선을 주는 환자를 몸에 인공방사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립된 격리병실에 장기간 입원(특실 입원비를 지불하면서)하게 할 수는 없다. 내가 환자 입장일 때를 생각해야 한다.
요약 방사선이 수반하는 위험에만 관심을 두면 아무리 작은 방사선도 피폭하지 않음이 좋다. 그러나 위험은 반대급부에 견주어 판단해야 하며, 위험도가 낮거나 불확실한 적은 양의 방사선량을 허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명백한 수준의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해 열린 생각이 필요하다.
이 자료의 최초 작성 : 방사선안전 전문가 포럼, 등록 : 박 찬오(SNEPC) copark5379@snu.ac.kr